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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했다면, 아스토르 피아졸라클래식 2022. 9. 2. 09:41
그때는 별루였는데..
선선한 가을바람 속 출퇴근길 이전보다 자주 피아졸라의 '망각Oblivion'을 듣고 있다.
대체로 조용한 선율의 곡들을 좋아하지 않는데, 유독 가을 타는 체질이라 계절 탓인 듯, 아님 계절 덕인 듯 이런 류의 곡을 자주 듣게 된다.(이참에 브람스도 공략해 볼까나. 아냐 아직은 아냐.)
망각. 잊는다..는 의미인데,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이제는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사람과의 연애, 설레임, 그리고 헤어짐이 문득 떠오르는 곡이다. 사랑하는 누군가와 이별을 하고 이 곡을 듣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망각은 피아졸라가 1984년 이탈리아 영화 헨리4세의 영화 음악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영화 내용에 대한 정보가 없어 어떠한 분위기로 사용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생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알려지며 피아졸라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이라고 한다. 생의 마지막에 내놓은 작품인 만큼 자신이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며 아름다운 기억들을 잘 정리해 보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클래식은 지루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곡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아르헨티나인으로 '탱고 DNA'가 깊이 박혀 있는 곡이 대부분이라 케이팝의 나라 한국인의 정서에도 특히 잘 맞을 듯 하다.
피아졸라는 이탈리아계 이민 3세로 아르헨티나 남쪽 마르델프라타에서 태어났다. 성인이 되어 뉴욕, 파리 등을 오가며 작곡활동을 했으나 늘 그는 아르헨티나를 사랑했나 보다. 불안한 정국, 그에 대한 오해와 멸시 속에서도 늘 아르헨티나에 머물렀으며 늘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다작의 작곡가로도 유명한 그는 71세의 나이로 사망하기까지 3000여 곡을 완성했다.
대체로 빠른 템포의 곡은 화려하고, 열정적이고 거칠거칠한 섹시함이 있다. 반면 느린 템포의 곡은 부드럽고 애절하지만 힘이 있다.(뭔소리야) 늘 그의 곡을 들으면 격정적으로 사랑하는 연인, 가슴 아픈 이별한 연인, 추억을 회상하는 남자 또는 여자가 떠오른다. 피아졸라 개인의 삶이 음악에 반영되었을 텐데 실제 그가 연인과 아름다운 사랑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참고로 피아졸라는 연인 데데와 결혼해 1남1녀를 두었으나 이별했고, 이후 새 연인 아멜리타를 만났으나 그와도 헤어졌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피아졸라의 곡 중 한수진 바이올리니스트가 협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의 사계'를 좋아한다. 탱고의 화려함과 거칠함이 듣는이를 흥분시키는 매력이 있다. 그가 공연후 앵콜곡으로 '리베르탱고' 를 연주한 바 있는데, 처음엔 연주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나 생각했는데, 결국은 빠른 속도로 휘몰아치는 연주, 광기(?)어린 연주에 푹 빠지고 말았다. (진짜 그 가녀린 팔과 체구로 그런 에너지 넘치는 연주를 하는지 신기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의 사계는 여름부터 시작하는데, 나는 심히 '겨울'을 좋아한다(난 비발디 사계도 겨울만 좋아한다). 진짜 너무 아름다워서 슬프다.
피아졸라 사계(봄 시작할때)와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on 연주 중간에 개구리가 우는 것 마냥 바이올린을 끼양끼양(표현력떨어지는군) 긁는 소리가 나는데, 바이올린이 익숙해지면 꼭 그 소리를 내보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구간이다.(특히 난 비발디 사계 겨울도 이 연주 기법 때문에 좋아한다)
ps. 바이올린 초보, 바린이는 네번의 레슨 후 바이올린잡는법, 활잡는법, 왼손운지, 윗활쓰는법, 활떼고 붙이는법을 배우고 간단한 동요(나비야,학교종,주먹쥐고)는 칠수 있게 되었지만...왼손 엄지 힘빼기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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